[넋두리] 걷기 전에 뛰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넋두리] 걷기 전에 뛰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 박승환 편집부국장
  • 승인 2018.09.0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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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면 텅 빈 운동장이 보인다. 발길이 끊긴지 꽤 오래돼 보이는 놀이기구는 운동장 한편에 쓸쓸히 놓여있었다. 수업을 마친지 3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학교와 학교 인근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없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초등학교 2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가 학원 이름이 적힌 가방을 매고 뛰어가는 것을 봤다. 아이들이 학교 인근에 없는 이유를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아이들의 하루 일정은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빡빡하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고, 학교를 마친 후엔 영어, 수학, 피아노, 미술 등 많은 학원을 간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학원 숙제를 하고 늦은 시간 잠에 든다. 필자가 초등학생일 때는 학교를 마친 후엔 해가 질 때까지 모두 운동장에 모여 축구를 하며 뛰어놀았다. 학원을 가는 친구들도 있긴 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학원을 가지 않는 이상 친구들과 어울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아이들은 왜 모두 학원으로 향하게 됐을까? 학원을 가는 아이들에게 물어본다면 대다수는 “부모님께서 학원에 가야 한다고 했어요”라고 답할 것이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고 친구관계도 좋길 원한다. 특히 어딘가에서 무시당하지 않길 바란다. 그러한 마음이 기대와 불안으로 이어져 아이들이 학원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부모들의 기대와 불안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에서 어릴 때부터 교육이 중요하다고 자주 말하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텔레비전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거나 한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영재’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부모들은 ‘내 아이도 혹시 영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그때 ‘어린 나이에 영어를 배워야 스펀지처럼 쑥쑥 빨아드립니다!’라는 영어 학원의 문구를 본다면 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낼까 고민하게 된다.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다른 부모가 “우리 아이는 미술 학원을 다녀요. 요즘 미술이 유행이잖아요”라고 말하면 우리 아이가 뒤처지진 않을까 걱정하고 학원을 알아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는 자체를 문제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학원을 다니고 자신의 꿈을 찾는 게 아니라, 부모에 의해 수동적으로 학원을 다니고 지쳐가는 모습을 지적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말 그대로 ‘아이’다. 사소한 일에도 호기심을 갖고 친구들과 뛰어놀며 사회성을 키워야 할 나이인 것이다. 그런 나이에 부모에 의해 여러 학원을 다니고 있으니, 어린 나이부터 호기심이 사라져 무기력하고 사회성이 결여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다. 어린 아이가 잘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아이가 먼저 학원에 가고 싶다고 말하기 전까진 굳이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 타의에 의해 일찍부터 끌려가기보단 조금 늦게 출발하더라도 스스로 걸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이를 믿고 아이답게 행동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믿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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