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리스트] 다시 한번 되돌아보기를
[나도 칼럼리스트] 다시 한번 되돌아보기를
  • 박정희(사회학 박사과정 2기)
  • 승인 2018.06.04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때는 그랬다.

 1987년 첫 새내기로, 무거운 책가방을 벗어던지고 영화에 나오는 어여쁜 여대생처럼 핸드백을 매고 두꺼운 교재를 손으로 감싸 안으며, 수업과 미팅을 오가던 그때. 처음으로 삐삐를 접했고, 수업이 끝나면 정문 앞 시계탑에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 친구를 찾고, 삼삼오오 혹은 무리를 지어 잔디밭에 앉아 값싼 막걸리와 새우깡으로 막차가 올 때까지 웃고 속삭이던 그때.

 그러면서도 시험기간이 되면 새벽 5시부터 줄을 서서 도서관 자리를 잡아 공부에 열중하고, 또 다 같이 모여 하나된 마음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던 그때는, 서로가 얼굴을 맞대고 열정과 고민을 같이 공유했기에 의지의 대상이 되고 위로가 되었었다. 믿음으로 관계를 맺고 배려로 친구가 되었다.

 90년대 초, 처음으로 386컴퓨터가 생기고, 당시 공대생 친구는 언젠가 얼굴을 보며 전화할 때가 온다며 믿기지 않는 말들로 호언장담까지 했었다. 정말 그랬다. 세월이 흘러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된 지금은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등 인터넷이 빠르게 전파돼, 우리 삶의 한 공간이 되고 사회·문화가 되었다. 수많은 정보를 알게 되고 글로벌화가 되어 인터넷 하나로 세계인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너무 빠른 변화 속의 안타까움일까 인터넷은 반사회적인 트렌드와 행위양식들을 만들어 내는 데도 거침없이 활용되고, 왜곡된 여론몰이를 통해 특수한 집단적 이해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얼굴을 맞대고 진정한 의견과 마음을 모우기도 전에, 순간 접속에 의한 군중심리로 사건을 몰아가기만 한다.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인 구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의 ‘다수를 따르는게 나에게 득이 된다’라는 군중심리는, 어렴풋한 믿음에 근거해 사건사고의 옳고 그름을 뒤로한 채, 많은 사람들이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다수의 행동을 그냥 따르게 되고 동조하는 것이다. 거품경제의 주식시장, ‘매진임박’이라는 홈쇼핑이 그러하고, SNS 등의 마녀사냥, 사이버 왕따와 같은 심각한 문제에 자살을 선택한 여고생을 보게 된다면...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지금 포털이 갖고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봤을 때,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부여는 꼭 필요하며. 과거 삼삼오오 둘러앉아 얼굴을 맞대고 나눴던 대화처럼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중의 여론화는 인터넷으로 빠르게 번져 나가기에 더 신중하게 진실 된 목소리를 내야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저 쉽게 군중 여론에 휩쓸리지 않는, 진정한 가치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라며...

 아직도 러브로드는 그대로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