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확인’을 알아보다
‘성적 확인’을 알아보다
  • 황채현 기자
  • 승인 2018.06.0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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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기말고사가 끝나면 그동안의 노력이 느껴지는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성적 열람 제한 및 성적 이의 신청 등으로 어려움이나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이에 우리 대학교의 성적 열람 제한 방식과 성적 이의 신청 과정에서 교수 및 학생들이 느끼는 고민들을 알아봤다.

성적 열람 제한, 왜 필요할까? 

 현재 일부 대학에서는 연구실 안전 교육 이수나 지도교수와의 면담 등을 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성적 열람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 대학교 또한 학생들이 강의평가와 'YU CAN'(경력 향상 지원시스템) 설문에 참여해야 성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학교의 이러한 성적 열람 방식 및 제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봤다. 

 성적 열람을 위해선 꼭 참여해주세요!=우리 대학교는 학생 중심의 수업 및 강의 질 개선을 위해 학기 중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강의평가의 경우, 학생들이 기간 내에 참여하지 않으면 조기 성적 열람을 할 수 없도록 이뤄져 있다. 교무처 측에 의하면, 이는 학생들의 강의평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다. 백성옥 교학부총장은 “성적 열람 제한 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강의평가 참여율이 높아졌다”며 “이에 보다 많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강의들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 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성적 열람을 하기 위해선 진로 및 자아 분석 프로그램인 'YU CAN' 설문에 응답해야 한다. 이와 같은 성적 열람 제한 방식 또한 학생들의 YU CAN 설문 참여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진로교육팀 측에 의하면 성적 열람 제한 방식을 적용한 결과, 이전보다 학생들의 YU CAN 설문 참여가 약 90%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교육팀 측은 “YU CAN 설문 응답을 반영해 학생들의 취업 및 진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며 “이에 보다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선 성적 열람 제한 방식으로, 학생들의 YU CAN 설문 참여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성적 열람 제한에 대한 다양한 생각=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성적 열람 제한 방식을 두고 어떤 의견을 보였을까? 본지에서 우리 대학교 학생 166명을 대상으로 ‘우리 대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성적 열람 제한 방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5%(124명)가 ‘성적 열람 제한 방식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는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해서’, ‘강의평가 및 YU CAN 등록을 하지 않아 성적 열람에 불편을 겪은 적이 있어서’ 등이 있었다. 학생 A 씨는 “강의평가 및 YU CAN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참여하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강의평가 및 YU CAN 설문에 참여하기 싫지만, 성적 열람을 위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학생들은 강의평가 및 YU CAN 설문에 참여하지 않으면 성적 열람을 제한하는 방식을 두고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적을 확인하는 것은 시험을 친 학생들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이다. 학생 B 씨는 “성적 확인은 강의평가나 YU CAN 설문에 참여했기에 받는 혜택이 아닌, 시험을 친 학생들이라면 당연히 챙겨야할 권리”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에 진로교육팀 측은 “일부 학생들로부터 성적 열람 제한 방식을 폐지하라는 건의를 종종 받아왔다”며 “YU CAN 설문을 학생들의 자율에 맡길 경우, 응답률이 저조함에 따라 학생들에게 진정 필요한 취업 및 진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백성옥 교학부총장은 “강의평가 및 YU CAN 설문은 학생들의 더 나은 대학 생활을 위해 필요한 요소”라며 “이에 성적 열람 제한 방식을 적용해서라도 학생들의 참여를 확대하고자 하니 양해를 구한다”고 전했다.

성적 이의 신청의 현주소

 우리 대학교를 비롯해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기말고사가 끝난 후, 성적 열람 기간에 학생들이 성적 정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이 성적 정정을 요청하는 배경에는 ‘성적의 오류’, ‘시험의 채점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함’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학생들은 좀 더 높은 학점이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성적 정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에 우리 대학교 학생들이 성적 정정을 요청하는 이유와 이에 대한 교수들의 생각을 알아봤다. 

 우리가 ‘성적 이의 신청’을 하는 이유=본지에서 우리 대학교 학생 166명을 대상으로 ‘교수에게 성적 정정을 요청한 적이 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2%(86명)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는 ‘최종 성적이 예상한 것보다 다르게 나와서’, ‘시험의 채점 기준을 알고 싶어서’ 등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최종 성적을 납득할 수 있도록 교수와 학생은 시험 결과 및 채점 기준에 대해 함께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일부 대학 강의의 경우, 교수가 한 강의 당 많은 학생 수를 부담한다”며 “이에 개별 학생마다 시험 결과에 대해 공지 및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힘들다”는 의견을 보였다. 실제로 본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대학교 학생 166명 중 52%(86명)는 시험을 친 후, 교수로부터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 등의 시험 결과에 대해 공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A 씨는 “시험이 끝난 후, 시험 점수 및 시험지 채점 기준을 따로 공지하지 않는 강의가 많다”며 “이러한 강의의 경우, 학생들이 시험 결과를 명확히 알지 못해 최종 성적에 이의를 신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원준 교수(교양학부)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 시험지를 채점하고 분석함으로써, 성적에 대해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무분별한 성적 이의 신청, 난감해요=본지에서 우리 대학교 교수 25명을 대상으로 ‘학생들로부터 성적 정정을 요청받은 적이 있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2%(23명)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성적 정정을 요청받은 사유 중 ‘해당 학생이 장학금 혹은 보다 높은 학점을 얻기 위해 성적 정정을 요청’이 72%(18명)를 차지했다. 교수 A 씨는 “시험 성적의 오류가 없지만, 학점에 대한 욕심으로 성적을 정정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이러한 학생들이 엄중히 경고 받을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보다 높은 학점을 얻는 것이 학생들의 취업에 유리한 편”이라며 “이에 성적 정정 기간 동안 교수들에게 무리한 성적 향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성적 이의 신청, 기간 조정이 필요해=대부분 성적 이의 신청은 교수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학생의 개인적인 수단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성적 이의 신청에 어려움을 표하기도 했다. 교수에게 전자 우편 및 전화 등의 연락을 취해도 해당 교수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부재중일 경우, 성적 정정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교수 B 씨는 “모든 시험이 완료된 후 바로 휴강이 시작돼, 휴강 시 교수들에게 개인적 사정이 있다면 성적 정정을 제대로 요청받지 못할 수 있다”며 “교수가 근무하는 학기 중에 성적 열람 및 정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사 일정의 변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취재 후 기자의 시선

 이번 대학기획 취재 결과, 많은 학생들이 성적 열람 제한 방식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학교 측 또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강의평가와 YU CAN 등록의 참여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별다른 개선책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불편을 수용하고 성적 열람 제한 방식을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이에 대해 교무처와 진로교육팀 모두 단호히 ‘아니’라고 답변했다. 강의평가와 YU CAN 등록을 학생의 자율에 맡긴다면 참여율이 저조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양질의 교육 및 진로 프로그램이 개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학생과 학교 모두 성적 열람 제한 방식에 대해 각자의 사정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와 학생 모두 사정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소통이 부족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강의평가와 YU CAN 등록의 필요성 및 중요성을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학생들은 이를 잘 들어준다면 더 나은 성적 열람이 조성될 것이다.

 성적 열람 과정에서 소통이 필요한 건 학교와 학생뿐만이 아니다. 교수와 학생 또한 성적 열람 과정에서 소통이 중요하다. 하지만 성적 열람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 간의 소통도 원활한 편은 아닌 것 같다. 취재에 의하면 높은 학점을 위해 성적 이의를 신청하는 학생들과 이를 곤란히 여기는 교수들이 많았다. 당장 학점이 절실한 학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적 이의를 신청하지만, 교수들은 공정성 측면에서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경우에도 교수와 학생 모두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학교와 학생, 그리고 교수와 학생 간의 원활한 소통이 성적 열람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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