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잠시 쉬어갑시다
[사설] 잠시 쉬어갑시다
  • 영대신문
  • 승인 2018.05.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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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중간고사가 끝났고 1년의 1/4이 지나갔다. 나이 먹는 만큼 인생속도가 빨라진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요즘은 실감난다. 내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참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젊은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든다. 유년시절엔 피아노는 기본이고 악기 하나 더, 예능과 줄넘기까지 학원에서 배워야하는 체능에 바빠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청소년기에는 대입준비를 위해 바빠도 너무 바쁜 학원생활 때문에 예민한 감수성을 누르고 지내야한다. 대학만 들어가면 열심히 놀고 마음껏 즐길 것이라고 이를 악물고 공부해 대학에 입학하니 첫날부터 CRM(Career Road Map)이라는 걸 만들고 취업준비에 돌입한다.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 찬다."

 또래놀이를 못해서 친구를 사귈 줄 모르고, 감수성을 누르기만 해서 감정표현이 서툴고, 부모님이 하라는 데로만 따라 하다 보니 자신이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하고 싶은지 모른다. 인생의 나침반을 잃어버렸다. 낭만을 잃은 청춘들이 안타깝다. 밤새워 노래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논쟁하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삶을 고민하는 재미를 알지 못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안쓰럽다. 그래서 제안한다.

 ‘지금 이 순간 다시 시작합시다. 잠시 쉬어갑시다.’

 친구도 사귀고 여행도 가고 밤새도록 공부도 하면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내가 즐겁고 행복한 것들은 무엇인지 직접 부딪혀가며 알아갑시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 행운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실행하기 위한 경제적 수단으로서 직업을 선택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답답하다면 잠시 생각을 멈추고 평범한 한 가지 일에 몰두해 봅시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직업을 가진 저의 취미는 청소와 설거지입니다. 생각 없이 더러운 곳을 열심히 닦으면 어느 순간 깨끗한 방을 보게 되고, 반짝이는 접시들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어차피 해야 될 일이지만 생각 없이 집중하면 새로운 결과들을 보게 됩니다.

 얼마 전 넓은 잔디밭에 앉아 풀을 뽑기 시작했는데 무엇이 잡초고 무엇이 잔디인지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 캐다 보니 뿌리가 얕은 잡초는 한 번의 호미질에도 뿌리를 드러냈고 뿌리가 단단하게 연결된 잔디는 옆에 있는 잔디 때문에 다시 땅에 주저앉았습니다. 한나절이 지나고 나니 저절로 무엇이 잡초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한순간 잡초 뽑기에 집중하다 보니 땀도 나고 잡생각도 없어지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났습니다. 잡생각이 많아 마음이 복잡하고 우울한 사람들에게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서처럼 돈을 받고 잔디 속 잡초 뽑는 일을 주면 참 좋겠다. 내 잔디밭에 잡초가 없어져서 좋고, 다른 사람들의 잡념을 없애서 좋고 이런 게 상부상조가 아닐까 하고요.

 여러분, 지금 잠시 방황해도 괜찮습니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일 뿐이니까요. 여름이 오면 풀과의 전쟁이라고 경고하시는 주위 분들을 보면서 저는 여름이 오면 잡초와 잔디를 함께 키우려고 합니다. 잡초들을 자세히 드려다 보니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는 귀한 생명이었습니다. 잡초가 잔디보다 못하다고 누가 정했는지 모르지만 서로 어우러져 잘 자라니 함께 키워보렵니다. 올 가을 새로운 잔디밭의 탄생을 기다리며 잠시 쉬어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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