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의의 현주소
대학강의의 현주소
  • 황채현 기자
  • 승인 2018.05.2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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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대학가는 한창 열띤 강의로 분주하다. 하지만 대형 강의로 인한 학습 환경의 저하와 주입식 강의에 대한 지적 등 대학 강의에 대한 여러 시선이 이때 함께 존재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대학 강의가 개선해야할 점과 우리 대학교 교수 및 학생들이 선호하는 강의 형태와 방식에 대해 알아봤다.

 나는 학교에서 듣는 강의가 재미없다. 교수님에게 설명을 들은 후, 필기를 하고 이를 외우는 방식이 매번 이어지기 때문이다. 강의를 듣는 날짜와 수업 내용만 다를 뿐, 난 늘 앉은 자세로 책을 바라보며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약 75분 동안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내가 사람인지 필기하는 기계인지 헷갈리곤 했다.

강의를 같이 듣는 학생들 및 교수님과 다함께 둘러 앉아 토론을 하거나 스스로 탐구하는 방식으로 강의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강의의 경우, 수강 기회가 적을 뿐더러 학점을 많이 받지 못한다는 주변의 말로 인해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직접 토론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귀찮기도 하고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학생 K 씨)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다. 주로 학생들에게 전공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은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학생들과 공부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지만 요즘은 학생들과 공부하는 것이 아닌, 나만 공부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학생들이 내 설명을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학생들과 전공 지식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토론해 보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 겁이 난다. 이러한 강의를 개설한 적이 있지만, 내 강의에 호응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토론하고 연구해야 하는 성격 때문인지 강의에 참여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강의 방식에 변화를 주는 건 교수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교수 C 씨)

강의의 변화가 필요해

 많은 대학교에서는 대형 강의의 형태 및 교수의 설명 위주 강의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강의 방식 및 형태에 대해 알아보고 이것의 장·단점을 알아봤다. 

 강의실은 콩나물 시루?=지난 2012년, 국민대학교 학생들 및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국민대 분회(이하 강사노조)는 대규모 수강 인원으로 이뤄진 대형 강의의 축소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당시 국민대학교 학생들과 강사노조 측은 대형 강의의 경우 교수와 학생들 간의 교류 및 학생들의 원활한 토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내세우며,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소위 ‘콩나물 강의실’이라고도 하는 대형 강의는 많은 대학교에 개설돼 있는 편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일부 대학교에서는 대형 강의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북대학교의 경우, 강의 수강 인원이 51명 이상인 강의가 2015년 2학기에 840개, 2017년 2학기엔 851개였다. 또한 우리 대학교는 강의 수강 인원이 51명 이상인 강의가 2015년 2학기에는 651개, 2016년 2학기에는 665개였으나 2017년 2학기에는 68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형 강의가 지속적으로 개설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학의 재정 감소를 그 원인으로 주장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내 입학 정원 감소로 대학의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면서 교원 확충이 어려워져, 강의에서의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을 통해 각 대학이 교육 여건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복수전공 학생 비율의 증가 등으로 인해, 또는 학생들의 다양한 강의 참여 확대를 위해 대형 강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대학의 대형 강의 현황과 정책적 개선방안’ 논문에 의하면, 일부 대학 교수들은 대형 강의를 개설할 경우 보다 많은 학생들이 전공 및 교양 지식을 제공받을 수 있기에 대형 강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대학 본부에서 행정적인 이유로 강의 규모를 설정하는 것이 아닌, 교수 및 학생들의 자율적인 의견 반영으로 강의 규모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대학도 여전히 주입식 교육?=지난해 3월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 및 알바몬이 전국 대학생 1,518명을 대상으로 ‘캠퍼스의 로망이 깨진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4.6%(677명)의 학생들이 ‘교수의 설명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주입식 강의’가 그 원인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많은 대학에서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전공 및 교양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의 방식이 이어져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강의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지식 전달 중심의 강의 방식보다 학생들이 강의에 주어진 내용을 스스로 연구 및 토론하는 강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춘 교수(교육학과)는 “기본적인 전공 및 교양 지식의 경우, 미디어의 발달로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며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응용할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입식 강의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대학의 제도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정은 교수(교육학과)는 “학생들의 전공 이수 학점 기준이 높을 경우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강의가 많기에 주체적으로 강의 내용을 탐구할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며 “전공 이수 학점 기준을 낮춰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마다 심층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교수의 설명 위주로 이뤄지는 주입식 강의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을 보이기도 했다. ‘주입식 교육에 대한 오해’(한국교육신문, 2016년 9월 22일자) 기사에 따르면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초 지식을 전달하는 것 또한 대학교육에 있어서 중요하기에, 주입식 교육을 부정적인 교육이라 일컬을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교육법=최근 우리 대학교뿐만 아니라 한신대학교 및 성신여자대학교 등 일부 대학교에서는 플립드러닝(Flipped Learning) 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후, 강의에서는 교수와 토론을 진행하는 형태의 강의 방식이다. 즉 플립드러닝은 학생 중심의 강의 방식으로써, 학생들이 강의의 주체가 되도록 개발된 것이다. 김재춘 교수는 “플립드러닝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 역량이 많이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는 어떤 강의를 선호할까?

 

 우리 대학교의 교수 및 학생들이 선호하는 강의 인원 및 방식은 어떨까? 이에 본지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 대학교의 교수 및 학생들이 선호하는 강의 인원 및 방식에 대해 알아봤다.

 많은 것이 좋을까, 적은 것이 좋을까?=본지에서 우리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강의 인원 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268명의 학생들 중 69%(185명)가 수강 인원이 50명 이상인 강의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는 ‘시험 성적을 받기에 유리해서’, ‘강의 중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등이 있었다. 학생 A 씨는 “강의를 듣는 학생 수가 많아야 성적 경쟁이 완화되기에 대형 강의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지에서 우리 대학교 교수 23명을 대상으로 ‘교수들이 선호하는 강의 인원 수’를 조사한 결과, 60%(14명)가 수강 인원이 50명 미만인 강의를 선호했다. 그 이유에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강의를 듣는 학생이 너무 많으면 성적 관리가 힘들어서’ 등이 있었다. 교수 A 씨는 “강의 인원이 50명 이상인 대형 강의의 경우, 학생들과 개별적인 소통을 할 수 없다”며 “수강하는 학생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위해선 강의 인원이 적은 것이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

 선호하는 강의 방식=우리 대학교 학생 268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강의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81%(217명)가 ‘교수의 설명 중심 강의’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는 ‘가장 익숙한 강의 방식이어서’, ‘전문성이 높은 지식을 직접 전달받을 수 있어서’ 등이 있었다. 반면 20%(18명)는 학생들의 토론 위주 강의 방식을 선호하기도 했다. 학생 B 씨는 “교수의 설명 위주 강의는 학생들을 수동적 존재로만 머물게 하는 교육방식”이라며 “학생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강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토론의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경우 총 23명을 대상으로 위와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5%(15명)가 학생들의 토론 및 발표 중심 강의를 선호했다. 그 이유에는 ‘학생들이 강의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학생들에게 강의에 대한 생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서’ 등이 있었다. 반면 일부 교수들은 교수의 설명 위주 강의 방식을 선호하기도 했다. 교수 B 씨는 “학생들이 낯설어하는 전공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교수의 설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교수의 설명이 강의에서 우선적으로 중시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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