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리스트] “잘 산다는 것”, 굿 앤 바이!
[나도 칼럼리스트] “잘 산다는 것”, 굿 앤 바이!
  • 이효현(교육학전공 석사과정 3기)
  • 승인 2018.05.21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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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경영학을 전공하고 나름대로 사회생활에 뼈가 굳었지만, 중년을 넘어서 다시 대학원에 입학했다. 전공도 달라지고 나이도 들어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참 즐겁다. 대학원 수업에서 나는 ‘중병에 걸린 아들이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모두들 안타까워했는데, 그 중병이 중2병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다들 실소를 금치 못했다. 지금은 중3이 된 아들! 무슨 청개구리가 따로 없다. ‘교육’이란 참으로 너무 어려울 뿐이다.

 얼마 전 우연히 <굿 앤 바이>라는 일본 영화를 보았다. 처음에는 영화의 제목이 ‘굿바이’인 줄 알았는데, Good&Bye였다. 갈수록 감동이 밀려와 다 본 후에도 한참동안 먹먹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주인공 다이고의 직업에서 오는 파장이었다. 원래 첼리스트였던 다이고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고수익을 보장하는 전문납관인(염습사)의 일을 하게 된다. 첫날 구토 증세까지 보이고 곧 도망칠 것 같았던 다이고, 아내조차 떠나지만 그는 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이유 없는 시신이 없다고 했나. 시신들이 품고 있는 여러 사연들은 하나같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트렌스젠더로 부모님께 외면당했던 어느 남자의 시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꾸미던 다이고의 모습은 단순한 직업인의 그것을 넘어서 가장 아름다운 헌신처럼 보였다. 이러한 다이고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용서와 화해로 서로를 보듬고 새롭게 살아갈 힘을 주는 듯했다. 또한 자신을 버린 바람난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다이고가 마주한 과거와의 만남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단번에 알려주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일을 대해야 하는가’가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대학원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보니 과제가 얼마나 많은지 정신이 없다. 전에는 아들의 공부도 많이 봐 주었는데, 요즘은 그럴 시간이 없어 큰일이다. 이래서야 아버지 노릇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웬걸, 정신없이 과제를 하다 보면 놀고 있을 줄 알았던 아들 녀석이 자기 도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관계가 개선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아들을 위한 잔소리라고 합리화할 때는 부작용만 생기더니, 관심을 덜 줘서 미안한 지금은 오히려 잘 성장하고 있지 않은가.

 요즘 취직이 하늘의 별따기다. 대학을 가고, 학과를 선택하는 것도 취업에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어떤 일은 너무 힘들고, 어떤 일은 돈이 안돼 피해야 한다. 심지어는 나도 아들에게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듯하다. 오늘은 아들 녀석에게 꿈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무슨 꿈을 꾸든, 왜 그 꿈을 꾸는지 그리고 그 꿈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가족과 주변인들과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 ‘잘 산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살아있는 동안 잘 살고(Good) 그리고(&) 후회 없이 바이(Bye)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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