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인생 RPG
[넋두리] 인생 RPG
  • 박승환 편집부국장
  • 승인 2018.05.2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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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란! 당신의 ‘캐릭터’가 생성됐습니다. 지금부터 ‘인생 RPG’를 시작합니다. 퀘스트를 성공해 당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십시오. 그럼 건투를 빕니다.

 RPG(Role Playing Game)는 유저가 게임 속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즐기는 게임을 뜻한다. RPG에서 유저는 자신의 캐릭터가 누구보다 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캐릭터에게 도움 되는 퀘스트를 선택하고 성장에 방해되는 요소를 미리 제거하고자 한다. 또한 검사, 궁수 등 다양한 직업 중에서 성장하기 힘들더라도 강한 직업으로 전직하길 바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목표까지 성장한 캐릭터는 유저의 자랑이 된다. 반대로 유저의 목표까지 성장하지 못한 캐릭터는 유저로부터 외면당한다.

 우리의 인생은 게임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정환경, 성별, 신체요건 등 선택할 수 없는 기본 능력치가 결정된다. 기본 능력치는 앞으로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준다. 또한 초·중·고등학교에 입학해선 학업성적과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에 따라 능력치가 변경된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 첫 번째 필수 퀘스트가 주어진다. ‘명문 대학에 진학해라’이다. ‘서X대’, ‘연X대’, ‘고X대’ 등 서울 소재의 명문 대학에 진학해야 퀘스트를 성공할 수 있다. 기본 능력치 중 지력이 좋지 않아도 괜찮다. 가정환경이 부유하다면 고액 개인 과외를 통해 일시적으로 지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첫 번째 퀘스트가 끝난 이후, 다음 필수 퀘스트가 주어진다. ‘취업하기’이다. 이 퀘스트는 ‘의사’, ‘법조인’, ‘대기업 임원’, ‘공무원’, ‘국 공시 준비’ 등의 많지 않은 선택지가 주어진다. 이 퀘스트는 부모의 직업과 유사할 경우 성공 확률이 증가한다. 해당 사항이 없다면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두 번째 퀘스트까지 마치면 ‘결혼하기/가정을 꾸리기’란 마지막 퀘스트가 주어진다. 이 퀘스트를 성공하기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연애, 결혼준비, 육아 등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퀘스트를 마지막으로 ‘인생’이 결정된다.

 여기서 이 게임의 유저는 누구인지 의문이 든다. 사실 유저는 ‘부모’이다. 부모가 자녀란 캐릭터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키우는 것이 바로 ‘인생 RPG’다. ‘나’는 자신이 이 게임의 주인공이라 착각하지만, 결국 유저인 부모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움직일 뿐이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 혹은 능력치가 낮으면 버림받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보면 그렇지 않은가. 진로 교육이나 꿈에 대한 강연에서 모든 강연자는 자신의 꿈을 꾸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부모에게 순종적인 자녀가 되길 유도하고 있다. 본인도 위의 ‘인생 RPG’ 캐릭터와 똑같이 수동적으로 살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보고, 지금이라도 스스로 유저이자 캐릭터로서 ‘내 인생’을 플레이하길 바란다.

 띠링! 인생 RPG입니다. 캐릭터가 당신이 바라는 인생대로 살도록 육성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