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매니페스토운동도 기존의 기성 정당이 답습하고 있는 고식적인 선거문화풍토에 기초한 뒤떨어진 공천방식과 절차에 적응하지 못하여, 그 빛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매니페스토운동의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것이 바로 올바른 정책공약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자는 선거에 출마하기 이전부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정책공약을 개발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당은 선거일이 코 앞에 닥쳐서야 겨우 정당추천 후보자를 확정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것은 예외가 없었고, 여기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일 이전 두어 달 전에야 겨우 각 당 출마후보를 확정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특정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은 곧바로 당선이 된다고 하는 지역적 색깔이 뚜렷한 풍토 아래에서는 후보자는 공약보다 공천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러한 풍토에서는 매니페스토와 같은 제도가 뿌리를 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약평가의 결과를 점수나 순위로 공표할 경우에 선거법위반으로 처리하려고 하는 것도 제도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은 일이다. 선거는 사회공동체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제도이다.
양육강식의 치열한 투쟁을 통하여 대표를 만들어 내는 동물과 인간이 가장 다른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선거를 통하여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아무리 매니페스토와 같은 제도를 이용하여 공약을 점검하더라도 후보자들이 야수와 같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물어뜯는 선거를 한다고 하면 결국 제도정착은 연목구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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