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시절]분단 이후 대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의식 변화
[그 때 그시절]분단 이후 대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의식 변화
  • 편집국
  • 승인 2007.06.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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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앞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 체제이념 갈등
김선호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원)
1990년대 초 유학을 온 나이 많은 중국학생이 복사본 하나를 보여주었던 기억이 난다. 첫 쪽에는 ‘맑스經濟學’이라는 제목, Karl Marx의 사진, 출판사이름 그리고 출판년도가 있었는데, ‘1928年’이라는 출판년도로 보아 이 당시 경성(京城)이라 불리던 서울에서 Marx의 자본론이 소개되고 있었다는 하나의 증거인 셈이었다. 그렇다면 분명 일제치하에도 일부 식자들이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를 알고 있었고, 따라서 해방 이후의 좌우대립은 이미 일제 치하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인데, 결국 이 시대의 기성세대들은 전쟁세대이자 분단창출세대였던 것이다.
분단창출세대 덕분(?)으로 광복과 한국전쟁을 겪은 분단1세대 학생들은, 북한의 잔악상을 또렷이 기억하게 되었기에 누구보다 철저한 반공정신을 가졌고, 반공교육을 통해서도 북한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분단1세대 학생들은 하나같이 ‘북진통일’과 ‘우리의 맹세’를 외치면서 북한을 ‘무찌르고’ 통일을 해야 한다고 인식했던 것이다. 분단1세대의 이러한 인식은 하나의 신념이 되어 훗날 자신과 같은 분단2세대를 학교교육을 통해 만들어내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분단1세대의 덕분(?)으로 분단2세대 학생들 역시 비록 전쟁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국민교육헌장’과 ‘승공통일의 길’을 배우고 외면서 북한을 ‘쳐부수어야 할 괴뢰도당’으로 인식했다. 게다가 1970년대 초 반공영화 <천사의 분노>에서 그려진 이승복의 죽임장면이나 <들국화는 피었는데>에서 본 한국전쟁장면은 분단2세대 학생들에게 투철한 반공정신을 갖게 해주었다.
하지만 분단2세대는 1990년 중반 이후 이른바 ‘문민정부’의 시대가 열리고 사회로 진입하면서 통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하나는 분단3세대 학생들에 대한 통일교육내용이 대폭 수정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교과서에서 국민교육헌장을 삭제시킨 것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국민교육헌장은 분단1세대의 산물로서 반공정신을 포함하고 있었기에 이를 모든 교과서에서 삭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반공보다는 공존대상으로서 북한을 인식하게 하려는 교육의 첫걸음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분단1세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또 북한의 실상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북한과 통일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분단2세대는 통일문제를 놓고 분단1세대와의 갈등뿐만 아니라 같은 세대 내에서의 갈등도 동시에 겪고 있는 실정이다.
어떻든 분단2세대는 지금까지 통일을 대비하여 분단3세대 학생들에게 북한실상에 대한 교육과 함께 한민족으로서 북한을 바라보는 교육을 강조함으로써, 분단3세대 학생들은 단편적이나마 북한실상들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북한과 통일을 한민족과 화합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기를 겪고 있다. 분단1세대와 2세대의 학생 시절과 비교해본다면, 통일에 대한 그야말로 엄청난 인식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통일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것도 인정해야만 한다. 당장 지적한다면 우리 학생들과 북한 학생들 간의 생각의 차이다. “북한 학생들과 생각이 너무 달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 말하는 대다수의 고학년 학생들 생각이 또 다른 사회적 통념으로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해방과 전쟁 시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남북한의 모든 학생들은 체제이념 간의 갈등이 나은 희생자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말에 공감을 한다면 이제는 더 이상 후세대를 체제이념갈등의 희생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하나다. 분단1세대의 경험과 인식이나 분단2세대가 겪고 있는 갈등과 혼란의 산물에 의해서가 아니라, 북한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분단3세대 학생들 스스로가 통일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통일은 분단3세대 학생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15 남북통일축구 당시 전경. 사진출처 : uni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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