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자율학습'과 '자율위원'
[독자투고]'자율학습'과 '자율위원'
  • 편집국
  • 승인 2007.04.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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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생이라면 고등학교 시절 ‘자율학습’이라 불리는 타율학습을 경험한 기억들이 모두 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자율학습은 선생님의 감시와 지도가 필요한 타율학습이었다. 물론 그 이름에 걸맞게 스스로의 자율학습으로 만들어 가는 반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 시절 우리들 대부분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타율’의 감시를 피할 것인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 타인의 간섭으로만 나의 자율이 지켜지던 그런 모습이 정말 부끄럽고 못나게 느껴진다.
아직도 어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에는 더욱 어렸던 것 같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대학생이 되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고 믿고 싶지만, 도서관의 자율위원들을 볼 때면 그 때 당시의 부끄러운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물론 자율위원들의 존재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다만 좌석검사라는 직접적이고 강제적인 수단이 없으면 대리좌석이 난무하는 대학도서관의 모습, 자율위원들의 검사와 감시라는 타율이 필요한 지성의 전당의 현 모습을 바라보며 그 곳에 소속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한 두 사람의 생각과 노력만으로는 그것을 바로 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들의 자율학습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남이 하니 나도 하고, 오늘은 내가 피해를 보고 또 내일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더욱 더 우리들도 모르는 사이 자진해서 남에게 타율을 요청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한 훗날 대학시절의 이런 모습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다시 부끄러운 생각을 하게 될까? 아니면 여전히 자율보다는 타율을 즐기고(?) 있을까?
오늘도 학교 자유게시판에는 자율위원들의 자리검사를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자율을 자유롭게 누리기 위해 우리들이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김현승(사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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