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슬픈 역사, '인혁당 조작 사건'
[교수칼럼]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슬픈 역사, '인혁당 조작 사건'
  • 편집국
  • 승인 2007.04.03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 16일은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개교 기념일이다. 빵 한 봉지씩 받고 학교를 일찍 파하는 날이다. 진학 공부에 관심 없이 시와 소설을 쓰고 역사 공부, 종교 공부, 주역 공부 등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던 고등학교 3학년의 그 날은 1975년이었다.
개교 기념식이 끝나고 짝꿍이 빵 봉지 들고 시립 도서관에 가자고 했다. 지금은 대구 백화점 뒤에 주차장이 된 거기 잔디밭에서 짝꿍이 얼마 전 자기 삼촌이 사형을 당했다고 했다.
인혁당 조작 사건으로. 그 날은 4월 9일이었다. 스님인 짝꿍의 다른 삼촌은 그 사건으로 분신을 시도하다가 몸이 엉망이 되었다고 했다. 무섭고 마음이 아팠다. 그 날 이후 정치학과 정치사상은 나의 주된 공부 영역이 되었다.
정달현교수
몇 년 전 어느 월간지에 그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는 그 삼촌을 사윗감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 두 영혼은 저 세상에서 어떤 만남을 갖고 있을까? 가슴이 미어졌다.
인혁당 조작 사건으로 우리 대학 동창들도 역사의 제물로 바쳐졌다. 지난 몇 년 간 우리 대학 학생들은 인문계 식당 앞 로터리에서 이 선배들을 위한 추모 사업을 요구하고 있었다. 저 세상에서 우리 대학의 ‘교주’와 이들 동창은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맑은 영혼의 지극한 나라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했다.
스위스 국제법학자협회는 1975년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이라고 한다.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을 중앙 정보부 조작 사건이라고 한다. 천주교 인권 위원회는 학살이고 사법 살인이라고 한다. 이 사건을 어떻게 정의하든 우리는 말 그대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그 날의 그들을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있다. 우리 시대에 행복은 민주주의의 성숙과 비례하고 그들은 민주화의 씨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죽었지만 죽은 자가 아니라 산 자이고 영원히 산 자인 것이다.
짝꿍의 여동생 여상화는 2006년 「4. 9. 추모 문화제 자료」에서 그들이 “영원히 산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어라!”고 외친다. 의당 그렇게 될 것이다. 맑은 영혼의 지극한 나라 사랑 사람 사랑은 모든 죽은 자와 모든 산 자의 가슴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