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계가 놀랄 만한 기적을 이루고 싶다
[인터뷰]세계가 놀랄 만한 기적을 이루고 싶다
  • 배한율 기자
  • 승인 2007.05.2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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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용 교수
(특수체육교육과)
한국정신지체인 축구 국가 대표팀감독
지난 2002년 월드컵. 국민들 모두가 하나 되어 꿈을 이룬 감동적인 순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언론 매체와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던 경기 이외에 또 다른 특별한 대회가 당시 열렸었다. 바로 ‘정신 지체인 월드컵’이 그것이다.
매회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정신 지체인 월드컵’이 열린다. 우리나라는 ‘2002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2001년 정신 지체 장애인 축구 국가 대표팀을 창설하여 2002년도 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당시 본교 박기용 교수(특수체육교육과)가 단장 겸 감독을 맡았으며, 창단 5년째인 현재까지 국가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팀이 창단 되고 대회에 참가했을 때는 일본에 10대 0으로 패하는 등 16개 팀 중 13위를 차지했어요.”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 대표팀은 눈에 띄게 발전하고 성장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본교에서 열린 한·일 정신 지체인 친선 교류 축구 경기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4대 1로 승리하기도 했다.
대표팀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박 교수와 특수체육과 학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동안 대표팀은 정부에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박 교수는 사비를 털어 선수들을 훈련시키기도 했다. 또한 특수체육학과 학생들은 방학도 반납한 체 정신 지체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재활 훈련과 축구 연습 등을 도왔다. “힘들지만 묵묵히 따라주는 학생들이 고마웠어요. 그리고 학교 측에서도 잔디구장과 선수들이 쉴 수 있는 국제관을 빌려주는 등 배려를 해줘 많은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관심과 사랑으로 처음에는 훈련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던 선수들이 지금은 열정적으로 훈련에 참가한다. 박 교수는 “이렇게 변화된 선수들이 취직을 하는 등 사회에 나가서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가장 뿌듯해요”라며 자랑스러워했다.
한편 사회로 발을 내딛은 선수들 중에서 이태근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2001년 처음 박 교수와 만난 이 선수는 그동안 재활 훈련 등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게 됐고, 지금은 결혼까지 했다고 한다. “가끔 부산에 가면 이 선수와 부인이 함께 나와 인사를 해요”라며 “3년 전 일본에서 이 선수가 기념품을 사주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휴대폰 줄도 선물로 받았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렇듯 대표팀 선수들은 이미 비장애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장애인들은 선수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재정 문제 보다 힘든 것이 선수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좋지 않은 시선들이예요. 누구든 언제나 장애인이 될 수 있어요”라며 “정신 지체인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하루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정신 지체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예정이예요”라며 “2006년에 열릴 독일 정신 지체인 월드컵에서 세계인들이 깜짝 놀랄 만한 기적을 이루고 싶어요. 한국 대표팀을 8강까지 진입시킬 꺼예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수들을 위하는 마음과 기적을 이루겠다는 열정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 교수. 그의 꿈이 독일에서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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