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②피아졸라국악
[음악살롱]②피아졸라국악
  • 편집국
  • 승인 2007.04.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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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tango)로 유명한 피아졸라(Astor Pantaleon Piazzolla 1921~1992)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일생을 오로지 탱고만 연주하고 작곡하여 아르헨틴 탱고를 세계의 반열에 올려놓은 사람이다. 그의 리베르(Liber/Liberty) 탱고는 셀 수 없는 버전으로 편곡, 연주되었는데 첼리스트 요요마(馬友友, Yo Yo Ma)의 음반이 널리 퍼져있고 우리나라의 정명훈이 지휘한 산타세실리아 심포닉 탱고는 아주 명연주이다.
탱고는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의 노래와 춤으로서, 스페인과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의 특성이 얽힌 아주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재즈가 그 근원, 발생 시기, 경위 등이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 아르헨틴 탱고도 문맹자와 같은 아주 비천한 밑바닥 사람들의 민속음악으로 비롯되어 초기에는 일반사회로부터 음악과 춤으로서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따라서 탱고에 관한 이렇다 할 역사적 문헌이나 자료가 아주 드물다. 이러한 탱고가 비상한 춤 재주를 가진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유럽으로 다시 역수입되어서 오늘날의 유럽 탱고(continental tango)가 되었다.
그러니까 탱고는 원조인 아르헨틴 탱고가 있고 유럽 탱고가 있는 셈인데, 이 둘은 춤사위에 있어서 확실한 차이가 있고 음악의 시김새(nuance 또는 idiom)도 다르다. 아르헨틴 탱고의 춤사위는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와 같이 곡예적인(acrobatic) 발동작이 많고 유럽 탱고의 춤사위는 산보자세(promenade position)와 단속적인(staccatic) 머리동작(head acting)이 돋보이지만 실제 보이지 않는 댄서의 근육은 아주 부드럽게 동작한다.
아르헨틴의 음악을 이야기 할 때는 반도네온을 빼 놓을 수 없다. 이 악기는 1840년경에 독일의 하인리히 반트(Heinrich Band)라는 사람이 발명했는데 축소된 아코디언으로 보면 된다. 이 반도네온이 1880년경에 아르헨티나로 들어와서 탱고를 아주 애상적이고 영탄적으로 흐르게 하여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을 매혹하고 있는데, 이는 이 악기의 넓은 음역, 가슴을 후비고 드는 깊이 있는 음색과 볼륨, 무엇보다도 역동적인 스타카토(staccato) 연주를 가능하게 만드는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반도네온으로 연주한 피아졸라의 망각(Oblivion)을 듣는 동안은 제목 그대로 망각의 삼매경(?)에 빠져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해식이 해금 5중주로 편곡하여 <가야금 앙상블 사계>가 연주한 망각(Oblivion) CD가 해외로 발매되어서 독일의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의 춤음악으로 편입된 적이 있다. <가야금 앙상블 사계>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해금도 결코 반도네온에 못지않은 독특한 표현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음악이나 춤이든지 최초에는 기층적인 민속가무(folk)에서 시작하여 점차 세련되고 연주회용 음악으로 작곡되고 또 춤이 된다. 유럽의 왈츠와 폴로네이즈는 F. 쇼팽에서 의해서, 미국의 재즈는 G. 거쉬인에 의해서, 발칸 반도의 민속음악은 그 지역 연주가와 작곡가들에 의해서 세계의 음악이 되고 인류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이처럼 소중한 음악 유산의 근저에는 각기 그들의 국악이 있기에 가능하였다. 즉 J. 시베리우스는 핀랜드의 국악을, F. 리스트와 B. 바르톡은 항가리의 국악을 그들의 작품으로 실천한 그들 나라의 국악작곡가이다.
국어(國語)ㆍ국사(國史)ㆍ국악(國樂)에서의 <國>의 의미는 동일하다. 나라 <國>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국악과교수)
사회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 이를 풀어보면(解字), 국경, 또는 담(口) 안에서 무기(戈)를 든 병사(口)가 땅(一)을 지킨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국악이란 나라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 그 만큼의 하늘만 보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국악이란 피아졸라와 같이 탱고를 아르헨티나의 국민음악(국악)으로 뿌리 내리게 하고 나아가 세상 사람들의 음악이 되도록 만들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피아졸라는 아르헨티나 국악가이다.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보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이해식의 블로그 daum.blog.net/hsik42에서 <가야금 앙상블 사계>의 망각(Oblivion) 동영상을 한 번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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