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화제의 인물을 찾아라!]학교 앞 할아버지는?
[특명, 화제의 인물을 찾아라!]학교 앞 할아버지는?
  • 홍윤지 기자
  • 승인 2007.05.21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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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김송이(서양2)
흰머리와 양복, 그리고 빵모자. 교문 앞 우리대학의 명물이 된 정철승 할아버지는 이 세 가지로도 충분히 표현될 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시험을 보기 전, 연인이 생겼을 때 학생들은 때때로 고민을 상담하기 위해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지금의 자리를 지키신 지는 4년이 되었다. “대구대에서 3개월 정도 있었는데 그곳보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고 나무그늘과 분수가 있는 여기가 좋아 자리 잡게 되었어”라며 시간이 나면 학교 안을 산책하기도 한다고 하신다. 자신을 ‘CEO’라 칭하는 할아버지의 출근시간은 일정하지가 않고 찾아오는 학생들의 수도 매일매일 다르다. 손님이 아예 없는 날에는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신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앞에 있는 자그마한 의자 위에는 여러 권의 책이 놓여있다. 예전에 일본어, 영어, 한문 번역과 통역을 하셨다는 할아버지는 연로한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원서를 읽는 데 문제가 없으시단다. 언제부터 점을 보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5살 때부터 한문을 배우기 시작했어. 한글보다 한문을 먼저 접한 셈이지. 나이가 들면서 번역일이 힘들어 그만두었고, 한문학을 공부하면서 역학이나 관상책, 주역책 등을 재미삼아 보기 시작한 게 도움이 돼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신다. 할아버지에게는 한국학생 뿐 아니라 외국학생도 종종 찾아온다. “이 자리에서 10개국 이상의 외국인을 만난 것 같아. 일본사람이 제일 많았고, 프랑스 사람, 우즈베키스탄 사람도 있었어. 외국인들은 관상을 주로 보지. 그리고 이름의 뜻을 이용해 한자로 바꿔 점을 보기도 해”라며 웃음을 지으신다.
기다리던 학생들에게 “점을 너무 믿지 말고 의지도 하지 마. 안 믿는 게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지”라는 말을 하시며 점을 봐주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점만큼이나 신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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